청금석Lapis Lazuli—황금보다 더 높은 지위를 지녔던 보석

바빌론 사람들은 청금석을 하늘의 여왕의 권위로 여겼으며, 외국 사절이 바빌론 왕을 알현할 때 중요한 예물로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신성한 찬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황소처럼 강인하고, 크고 당당한 뿔, 완벽한 형태, 길게 흐르는 이마의 털, 청금석처럼 눈부시다.”

고대 이집트 상인들은 청금석을 이집트로 들여오기 위해 수년의 시간을 들여 산지까지 이동할 정도로 그 가치를 중시했으며, 때로는 황금보다 높은 지위를 가진 귀중한 예물로 여겨졌습니다. 청금석은 주로 권력자나 왕실이 착용하는 보석이었으며, 기원전 3100년 이전 이집트 초기 왕조 시대에도 이미 청금석으로 만든 제품이 존재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저주받은 것으로 유명한 투탕카멘 파라오의 무덤에서도 많은 청금석 왕관, 귀걸이, 목걸이, 흉패, 팔찌, 반지 등이 출토되었습니다.

이집트 왕실은 일부 성스러운 풍뎅이 장식이나 펜던트, 생활용품에도 청금석을 대량으로 장식했습니다.

청금석(Lapis Lazuli)은 고대 이집트에서 ‘하늘의 돌’로도 불렸습니다.

신성한 힘을 가진 보석으로 여겨졌으며, 사후 세계를 천상과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 믿어졌습니다. 어떤 설에 따르면 청금석은 ‘푸른 별의 지도’로 여겨졌고, 금빛의 태양과 생명을 상징하는 황금과 결합하여 망자의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한다고 믿었습니다. 또 이집트 사람들은 청금석을 밤의 여신이 낮에 인간 세계에 머무르다 실수로 흘린 하늘의 옷조각이라고도 믿었습니다.

중국 고대에서 청금석은 ‘구림’, ‘금정’, ‘근유’, ‘청대’ 등으로도 불렸으며, 하늘처럼 푸른 색감으로 인해 ‘제청색’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청금석은 고귀함과 위엄을 상징하며, 일정한 사회적 지위에 도달한 자만이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왕조에서는 특정 품계 이상의 관리만이 청금석을 몸에 지닐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중국 고고학 발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청금석 제품은 춘추시대의 증후을 무덤에서 출토된 것입니다. 같은 시기의 유물로는 월왕검이 있으며, 이 검의 칼자루 장식에는 청록색 보석이 박혀 있습니다. 보석 감정가들의 감정 결과, 이 월왕검의 칼자루 양쪽에는 각각 청금석과 터키석이 세공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청나라 시대로 접어들어서는 황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청금석을 사용하는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청회전도고』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황제의 조주 장식 중 천단에는 청금석, 지단에는 호박, 일단에는 산호, 월단에는 터키석을 사용한다. 황제의 조대 장식은 천단에 청금석, 지단에 황옥, 일단에 산호, 월단에 백옥을 사용한다.” 청금석은 하늘과 닮은 색으로 인해 전례에 따라 하늘에 제사드릴 때 황제가 주로 사용하는 장식품으로 쓰였으며, 그 중요성과 상징적 위치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불교에서는 청금석을 매우 신성한 보석으로 간주하며, 불보살의 장신구나 경전 장식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청금석은 진리와 지혜를 상징하며, 고요함과 내면의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고 여겨져 명상과 수행에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청금석은 영적인 힘을 지닌 보석으로 여겨집니다.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청금석은 천국을 상징하는 색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청금석은 한때 전 세계 회화 분야에서 널리 안료로 사용되었습니다. 동양의 둔황 막고굴, 서천불동에서부터 4000년 전 고대 이집트 파라오와 왕비의 무덤 벽화에 이르기까지, 청금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청금석을 곱게 갈아 만든 안료는 특유의 깊고 선명한 색감으로 인해 “울트라마린”이라 불리며, “모든 색을 초월한 색”으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이 독특한 색채는 신성함, 평온함, 그리고 장엄함과 연관되어 왔습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예술가들이 이 푸른색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청금석은 희귀하고 값비싼 보석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대부분 귀족이나 교회만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청금석은 종종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의 옷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어 그들의 신성한 지위를 상징했습니다. 당시 울트라마린은 ‘성모의 파랑’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보석으로 만든 안료는 모든 예술가가 감당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자칫하면 예술가가 파산할 수도 있었죠. Vermeer(페르메이르)라는 예술가는 울트라마린 색을 사랑했지만, 그로 인해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바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화가입니다.